
소통의 벽이 만드는 안전 사각지대
"안전관리책임자가 교육하면 '예스' '예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수칙을 모두 이해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건설현장에서 들려오는 이 목소리는 현재 우리 건설업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건설업계 전반에 안전주의보가 켜진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 문제가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적, 복잡한 소통 구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는 중국,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10여 개국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간의 소통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들끼리도 언어가 달라 즉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증가하는 외국인 근로자 사고율
이러한 소통 장애는 실제 안전사고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2021년 이후 전체 건설업 사고 사망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사고 사망은 오히려 증가해 2023년 기준 전체 사고 사망의 1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책
건설사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외국인 채용 시 한국어 구사 가능자를 우선 채용하고,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또한 안전보건교육에 외국인 소통전문가 과정을 정규적으로 편성하고, 고위험 구간에서는 미숙련 외국인의 단독 작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영어나 번역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0개 국가 언어로 신규 채용자 안내사항과 필수 안전수칙 영상을 제작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전한 구조적 한계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마다 5-6개 언어로 구성된 안전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끼리도 즉각적인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현장 종사자는 "내국인 근로자도 대부분 50-60대인데 외국인까지 더해지면서 안전이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낮아 작업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관리자 입장에서는 작업을 재촉하게 되고, 이것이 무리한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전 예산 확대하는 건설사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안전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A건설사는 올해 안전 관련 예산으로 1,325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법정 산업안전보건관리비 1,063억원에 262억원을 추가한 규모입니다. 현장별 안전보건예산도 2023년 9억 4,600만원에서 2025년 12억 400만원으로 2년간 27% 증가했습니다.
B건설사 역시 2021년부터 최고안전책임자(CSO) 주관으로 법정 안전관리비 외에 추가 비용을 편성하고 있으며, 지난 4년간 연평균 242억원 규모의 안전 관련 비용을 집행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관련 예산을 아끼려 한다는 것은 아주 옛말"이라며 "업계 모두가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 의지
연이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고용노동부도 강력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8월 14일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 CEO를 긴급 소집해 '20대 건설사 CEO 안전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삼성물산부터 KCC건설까지 업계 주요 기업들이 참석 대상이며, 이는 최근 반복된 중대 재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의견 및 기대효과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기술적 해결책과 함께 상호 이해와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야 진정한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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